
서울의 중심, 충무로에는 묘한 공기가 있습니다.
수십 년 된 인쇄기 소리가 골목마다 울리고, 작은 인쇄소 간판이 켜지고 꺼지는 리듬 속에
하루에도 수많은 종이와 아이디어가 태어납니다.
그곳이 바로 기사디의 시작점이었습니다.
지금은 트렌드와 효율이 모든 것을 재단하는 시대지만,
우리가 처음 배운 건 ‘속도보다 완성도’였습니다.
기억사랑디자인은 2001년 충무로 한 모퉁이에서 문을 열었습니다.
당시엔 인쇄가 디지털화되기 전, 손으로 잉크를 확인하고 색을 감리하던 시절이었죠.
그때부터 기사디는 단순한 인쇄 대행이 아닌, **‘기획이 있는 인쇄’**를 추구했습니다.
고객의 말을 듣고, 그 메시지를 가장 잘 담아낼 용지와 색을 고민하는 것.
그게 우리가 해온 ‘기억을 사랑하는 디자인’의 시작이었습니다.
충무로는 단순한 지역이 아니라, 학교이자 공동체였습니다.
골목마다 ‘이건 내가 찍어줄게’라며 손을 내밀던 선배 인쇄소 사장님들,
새벽까지 납기를 맞추며 커피 한 잔 건네던 이웃들.
그 안에서 배운 건 기술보다 **‘태도’**였습니다.
정확하게 맞춰야 하는 색 하나, 손끝에서 느껴지는 종이의 방향 하나까지.
인쇄는 결국 ‘사람이 완성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충무로는 늘 가르쳐줬습니다.

이제 인쇄의 환경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대량생산 대신 소량 맞춤, 오프라인 대신 온라인 주문.
그러나 기사디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묻습니다.
“이 인쇄물의 목적은 무엇일까?”
“받는 사람의 손에 닿았을 때 어떤 느낌일까?”
이 질문이 바로, 우리가 충무로에서 배운 ‘기획’의 시작점입니다.
충무로는 단순히 우리의 주소가 아니라, 철학의 근원입니다.
수많은 인쇄소가 경쟁하던 골목에서, 우리는 ‘차별화’보다 ‘진심’을 택했습니다.
그 마음으로 지금의 기사디가 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충무로의 정신을 품은 채,
새로운 기술과 감성을 잇는 인쇄 기획사로서의 길을 걸어가려 합니다.